Page 108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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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덮어주고 땅이 받쳐주니 뭇 생명들이 진리와 한몸을 이루고
[至仁], 만물을 있게 하니 모두 다양한 적절함을 갖추게[成善] 되었다.
천지만물이 생겨나는 변화와 환원의 행적을 알려면, 서천 여행을
통해 고난을 풀어나가는 『서유기』를 보아야 한다.”
하늘과 땅과 만물의 기원을 밝히는 한 편의 창세시다. 이것을 ‘이야기
마당의 분위기를 잡는 시’, 즉 정장시定場詩라고 부른다. 청중이 잡담을
멈추고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하고, 또 전체 이야기의 주제를 밝혀 대강
의 밑그림을 갖고
공연의 청취에 임
하도록 하는 기능
을 갖는다.
『서유기』의 이
정장시가 노래하
는 것은 반고의
개벽신화다. 이
에 의하면 태초의
우주는 모든 것이
뒤섞인 혼돈의 상
태로서 하나의 알
과 같았다. 이 우
주알(Cosmic Egg)
에서 반고가 태어
사진 1. 돌원숭이의 탄생을 형상화한 조각. 나 거인으로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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