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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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5년째 되는 해에 소문난 혜
                                               장화상이 다산선생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하여 신분을 숨기

                                               고 마을 노인을 따라 백련사에

                                               갔을 때였다. 한나절 서로 이
                                               야기를 나누고 어둑해질 때 헤
                                               어져  다산선생이  북암北菴에
          사진 4. 백련사 동백꽃. 사진 백련사.
                                               이르렀는데, 그때 혜장화상이

          헐레벌떡 뒤쫓아와 선생을 몰라보았다며 예를 갖추고, 하룻밤 유숙하시라
          며 손을 잡는 바람에 서로 밤을 잊은 채 학문적 의견을 나누게 된 것이 그
          첫 만남이었다. 『주역』에 뛰어난 혜장화상이 다산선생이 던진 질문에 답을

          못하면서 그 시간 이후 혜장화상은 다산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고 둘

          사이의 학문적 만남은 깊어지게 된다.
           혜장화상은 불서佛書에서는 오직 『수능엄경首楞嚴經』과 『대승기신론大乘
          起信論』을 좋아했다. 주문呪文이나 기도를 멀리하고 외전外典에 몰두하여 당

          시 승려들이 매우 걱정하기도 하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혜장화상은 『주

          역』 이외 『논어論語』, 역법의 수, 율려律呂의 도와 성리학 등에도 공부가 깊어
          다산선생이 묵고 있던 보은산방과 다산의 초당으로 분주히 내왕하며 학문적
          의견을 논하였고, 변려문騈儷文에도 능통하여 다산선생을 놀라게 하였다. 다

          산선생은 궁벽진 곳에서 실로 생각하지도 못한 지음을 만난 것이다. 그는 혜

          장화상이야말로 승려 이전에 세속의 선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진정
          한 숙유宿儒라고 하였고, 흉금을 터놓고 생각을 주고받았다.
           혜장화상은 백련사의 주지로 지내면서 대흥사의 강사로도 명성을 떨치

          고 있었지만 35살에 사찰의 일을 제자들에게 맡기고 그만의 고독을 씹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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