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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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희양산 봉암사 태고선원.
1947년 성철, 청담, 자운, 우봉 등이 ‘봉암사 결사’를 일으킨 사찰로 한국
선의 성지聖地라 할 수 있다. 이 절은 879년(신라 헌강왕 5) 지증대사智證大師
도헌道憲이 창건하였으며, 그가 이곳에 머물렀기 때문에 희양산문의 개산
조로 추앙된다. 최치원은 「지증대사적조탑비명」을 지었는데, 여기에서 도
헌의 법계를 ‘쌍봉도신→법랑→신행→준범→혜은→도헌’으로 밝히고 있
고, 이어 도헌의 법이 양부楊孚에게 전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은 ‘법
랑法朗’이 중국선의 실질적인 개창자인 사조 도신道信의 선법을 이어왔다
는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서, 중국선과 한국선의 시원이 동시에 이루어졌
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도헌의 사후 봉암사는 쇠락하였고 이후 봉암사를 다시 중창한 인물은 양
부의 제자인 정진국사靜眞國師 긍양兢讓이며, 그가 희양산문의 실질적인 개
산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고려 이몽유李夢遊가 찬술한 「정진국사원오지탑
비명」에는 긍양의 법맥이 마조계로 바뀌어 나타난다. 이몽유는 긍양의 법
계를 ‘조계혜능→남악회양→마조도일→창주신감→진감혜소(혜명)→도헌
→양부→긍양’으로 밝히고 있다. 이는 법맥의 인위적인 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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