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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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은사 성철 큰스님과 사형인 원융, 원택스님과 함께 나선 포행길(왼쪽 두 번째).
다고 한다. 다음 날 큰스님께서 불쑥 물으셨다고 한다.
“오늘 내려가려고 하나?”
“아닙니다!”
내 행자시절에 원택스님은 원주 소임을 보고 있어서 내 소임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소임에 대한 시범도 보여주었다. 제사에 올리는 진수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밥이 누룽지가 되는 이야기, 밥에 돌이 들어간 이야기, 약
밥을 만드는 이야기, 밥솥에 떡을 찌는 이야기 등등, 들을수록 재미도 있
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원택스님은 인근 지역으로 자주 장을 보러 나갔다. 특히 기도가 있거나
제사가 있을 때는 사 오는 물품들이 무척 많았다. 마지막 버스를 타고 와
서 종점에 있는 가겟집에서 전화를 하면 그 짐들을 가지러 손전등을 들고
내려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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