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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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붓다가 자살한 아라한 비구들을 위로한 것은 자살 자체를 옹
          호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리
          고 있던 늙은 비구들의 마지막 요청을 자비심으로 감싸 안은 행동에 지나

          지 않았다. 이런 인식을 견지하고 있는 키온이 “불교는 죽음을 높게 평가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높이 평가한다.”고 갈파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3)



            자살, 불살생계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자살 사례를 대했던 붓다의 태도가 함축하고 있는 현대적 메시지는 너
          무나 분명하다. 그것은 곧 불교가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자살

          예방과 같은 대사회적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서 자원은 붓다의 말씀, 출가자들의 수행 경험, 불교 관련 단체들의 활동,
          일선 행정기관의 협조 등을 모두 망라하는 개념이다. 몇몇 비구들의 예외
          적 자살 사례는 특별한 경우 자살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상황에서도 붓다는 전혀 자살을 용인할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반어법적

          으로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종교윤리가 기본적으로 생명윤리의 차원을 포함하고 있다는 서
          구 종교학자들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주장

          에 따르면 자신이 믿는 종교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사람일수록 자살과 같

          은 어리석은 선택을 할 확률이 낮아진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불자들이
          지금까지의 신행 생활을 성찰적으로 뒤돌아볼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일지


          3)  Damien Keown, “Buddhism and Suicide: The Case of Channa”, Journal of Buddhist Ethics,
           vol.3(1996), pp.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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