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P. 113

섰다. 돌 원숭이는 눈을 감고 쪼그렸다가 몸을 던져 폭포 속으로
                  뛰어든다. 들어가 보니 물은 없고 번듯한 하나가 나타났다. 철판교
                  아래에서 솟아난 물이 돌 틈으로 흘러들어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

                  다가 폭포처럼 떨어지면서 그것을 가리고 있던 것이었다.

                  철판교의 가운데를 지나며 살펴보니 그곳은 하나의 석굴이었는데
                  다리가 끝나는 지점의 정중앙에 화과산의 복된 땅[花果山福地], 수렴
                  동 별세계[水簾洞洞天]라고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석굴 안에

                  는 돌[石]로 된 돌 아궁이, 돌 부엌, 돌 그릇, 돌 화분, 돌 침대, 돌

                  의자 등의 천연으로 마련된 살림살이가 완비되어 있었다. 돌 원숭
                  이는 원숭이들을 데리고 들어가 수렴동의 석굴에 왕국을 꾸리고
                  멋진 원숭이 왕[美猴王]으로 추대되어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물의 근원 찾기


               원숭이들은 물의 근원을 알고자 한다. 여기에서 물은 마음의 비유다. 물

             이 한 점에서 시작하여 흐름을 형성한 뒤 바다를 이루듯, 마음 또한 찰나

             의 일념에서 시작하여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의식의 바다를 이룬다. 마
             음은 법계 만사만물의 뿌리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물의 근원을 찾아보자
             는 얘기는 마음의 근원, 세상의 뿌리를 탐구해 보자는 말이기도 하다.

               근원을 알려면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물의 흐름에 떠밀려 가

             기는 쉬워도 거슬러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원숭이들은 손을 잡고
             올라간다. 마음을 집중하여 모든 연기의 현장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밝

             은 눈을 키워가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므로 돌이켜 관조하기[反
             照]의 실천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111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