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1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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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쳐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의 끝이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효’에 대한 유교의 이와 같은 규정은 삭발하여 세속의 영리를 멀리한다
는 불교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하겠다. 그에 따라 중국의 초기 불교도들
은 이를 해소하고자 다양한 측면에서 노력하였다. 예를 들자면, 동한東漢
시기의 『모자이혹론牟子理惑論』에는 “성불成佛에 이르면, 부모와 형제를 모
두 제도할 수 있으니, 이것이 효孝가 안 되고 이것이 인仁이 되지 않는다면,
2)
무엇이 인과 효가 되겠는가!” 라는 구절이 보인다.
이는 『예기禮記』에 보이는 “효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소효小孝는 힘을 사
용함[用力]이요, 중효中孝는 노력함[用勞]이며, 대효大孝는 부족함이 없음[不
3)
匱]이다.” 라는 구절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이 세 가지 효를 상세히 분
별하지는 않겠지만, 실제로 불교에서는 삭발하여 부모를 떠나 출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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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소효’에는 어긋날 수 있지만, ‘대효’를 실현하는 더욱 적극적인 일임
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입장에서 불도징佛圖澄의 법손인 왕명광王明廣의 『주천원립대
위원숭상사周天元立對衛元嵩上事』에서는 『예기』의 세 가지 효를 언급한 후
에 “사문沙門이 효孝로 삼는 것은 위로 제불諸佛을 따르고, 가운데는 사은四恩
(사장은師長恩·부모은父母恩·국왕은國王恩·시주은施主恩)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모든 중생[含識]을 위하는 것이니, 이 세 가지는 부족함이 없는[不匱] 대효大
1) 『孝經』,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2) 牟融, 『牟子理惑論』, [梁]僧祐撰, 『弘明集』 卷1(大正藏52, 4a), “亦得無爲, 福流後世. 至于成佛, 父母
兄弟皆得度世, 是不爲孝, 是不爲仁, 孰爲仁孝哉!”
3) 『禮記』, “孝有三, 小孝用力, 中孝用勞, 大孝不匱.”
4) 앞의 책. “(부모님의) 자애함을 생각하여 (봉양함에) 힘든 것을 잊음은 힘을 사용했음[用力]이라고 할 만
하다.인仁을 존중하고 의義를 즐기는 것은 노력했음[用勞]이라고 할 만하다. (백성들에게) 널리 베풀고
재화를 갖춤은 부족함이 없음[不匱]이라고 할 만하다.[思慈愛忘勞, 可謂用力矣. 尊仁安義, 可謂用勞矣. 博施備物,
可謂不匱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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