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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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듣건대, 제불諸佛이 세상에 출현함은 모두 부모로부터 몸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만강萬江이 흥하여 발생함은 모두 천지天地가
다하여 (그 은혜가) 실려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니면 태
어나지 못하고, 천지가 없다면 자라지 못하였으니, 양육의 은혜를
다하고 더하여 그 실려 있는 덕을 함께 받는 것입니다. …… 비록
젖을 먹이는 정이 지극하고 양육의 은혜가 깊어도, 만약 세상의
재물로 받든다면 끝내 보답하기 어렵습니다. 피로 지은 음식으로
모시고 봉양한다고 해도, 어찌 오래 갈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효경』에서 “비록 매일 삼생三牲(소, 염소, 돼지 고기로 만든 음식)으로 봉
양하여도 오히려 불효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12)
이로부터 부모의 은혜가 지중함을 밝히고 있고, 그에 대한 효도는 세간
의 재물이나 귀한 음식으로 보답하는 것은 참다운 효도가 아님을 『효경』의
13)
문구 를 인용하며 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은혜를 어
떻게 갚을 것인가? 이에 이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망극하고 깊은 은혜를 보답하고자 하려면, 출가出家의 공덕功德만
한 것이 없습니다. 생사生死라는 애착의 강을 끊고 번뇌의 고해苦
海를 넘어 천생千生의 부모에 보답하고 만겁萬劫의 자애로운 친함에
답하면, 삼유三有(욕육欲有·색유色有·무색유無色有)와 사은四恩에 보답
하지 못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경전에 이르길, “자식 하나가 출
12) 앞의 책. “伏聞諸佛出世, 皆從父母而受身. 萬江興生, 盡皆天地而覆載. 故非父母而不生, 無天地
而不長, 盡沾養育之恩, 俱受覆載之德. …… 雖則乳哺情至, 養育恩深, 若把世賂供資, 終難報答.
作血食侍養, 安得長久. 故孝經云: 雖日用三牲之養, 猶不孝也.”
13) 『孝經』, “雖日用三牲之養, 猶爲不孝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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