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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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계規誡」에 보이는 출가 정신


               일본 혜인이 교정한 『균주동산오본선사어록』에 실린 제자들에게 권하는

             「규계規誡」에서 사문들은 “부모의 은애恩愛를 끊고, 군신君臣의 예의를 버리

             며, 삭발하여 물든 옷을 입고, 가사를 지니고 발우를 받들며, 세속을 벗어
             나는 빠른 길을 밟으며, 성인聖人의 계위階位에 올라가 들어야 한다.” 라고
                                                                      10)
             규정하고 있다. 이는 출가자의 본분을 밝히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양개

             의 철저한 출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다시 “마음을 오로지 하고 뜻을 써서 부처님의 깊은 은혜에 보
             답하고, 부모가 몸을 낳아주셨으니 바야흐로 이익을 입게 되었도다.” 라
                                                                        11)
             고 하여 부모가 낳아주었기 때문에 비로소 출가하여 불은佛恩을 입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논술의 배후에는 바로 앞에서 언급한 ‘대효’를 염두

             에 두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모친에게 보낸 편지에 나타난 대효大孝


               이러한 입장은 『균주동산오본선사어록』에 실려 있는 양개가 그의 모친
             에게 보낸 「사북당서辭北堂書」와 「후기북당서後寄北堂書」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는 두 편의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사북당서」는 다음과 같이 시

             작된다.






             10)  [日本]慧印校訂,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16a), “割父母之恩愛, 捨君臣之禮儀, 剃髮染
                衣, 持巾捧鉢, 履出塵之徑路, 登入聖之階梯.”
             11) 앞의 책(大正藏47, 516b), “專心用意, 報佛深恩, 父母生身, 方霑利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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