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3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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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교토 동복사.


                  어떤 자는 “커다란 의심덩어리에 크낙한 깨달음이 있다.”고 하며, 또

                  다른 이는 “학자란 모름지기 일어나는 생각을 보아야 할 것이니, 그
                  것을 회광반조라 한다.”고 하니, 어느 것이 이치에 가깝고 어느 것이
                  이치에서 먼지를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해 엔니는 “여기 어디에 멀다 가깝다 하는 말이 있습니까?”라고
             답했다. 토키요리가 “어찌 방편이 없겠습니까?”라고 되묻자 “한 물건이라
             고 말하더라도 맞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수긍한 토키요리는 “부디

             저의 외호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1260년 올암보녕이 일본

             에 왔을 때, 아마도 법거량을 한 모양이다. 토키요리는 엔니에게 “제가 올
             암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스승님의 겸추鉗鎚(쇠몽둥이)의 오묘한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편지를 써서 보냈다. 직지인심의 가르침을 다소 늦게 깨

             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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