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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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명석하게 풀이했다고 전한다. 18살에 천태종 원
                           성사園城寺에서 출가하고 동대사東大寺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에사이의 제자인 건인사의 에초榮朝에게 교외별전

                           의 선의 도리를 물었다. 에사이가 천태산 만년사에서
                           사사한 허암회창이 전한 <선문대계禪門大系>의 그림
                           을 받고 관정도 받았다. 겐사이[見西] 아사리로부터는

                           밀교의 인印을 체득했다. 마침내 중국 유학을 결심하

          사진 1.  무준사범 초상,   고 1235년 송으로 건너갔다. 일본의 승려들이면 반드
              동복사 소장.
                           시 들리는 천동산, 아육왕산을 경유하여 항주의 정자
          사, 영은사에서 수학했다. 천축사의 선월백정으로부터 천태종의 상승지도를

          받고, 덕녕퇴경으로부터 무준사범(불감선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스스로 찾아

          가 만난 불감은 한눈에 그가 바로 법기임을 알아보고 시자로 삼았다. 불감으
          로부터 인가를 받았는데, 불감은 엔니에게 다음과 같이 부촉했다.



              “그대의 배움의 바다는 광대하고 아득하나, 항상 나의 죽비 아래에

              서는 일시에 말라 버린다. 훗날 본국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물방울
              없는 곳에서 가로로 파란을 일으키고 더없이 빼어난 깃대를 세워
              우리 도를 떨치고 드러내어, 모름지기 저 윗대의 조사들이 남긴 향

              기를 이어받아 영원히 미래 세상까지 이롭게 해야 한다.”

                                                        - 『원형석서』 권 7.


           헤어질 때는 <종파도>를 주면서 “이것이 법을 전하는 신표다.”라고 하

          였다. 그 내용은 위의 부처로부터 좌우에는 서쪽 인도의 스물여덟, 동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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