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8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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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도道를 원하여 참선參禪하여 자애로운 은혜에 보답합니다.” 라는 문구
가 보인다. 여기에서 세간에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유가의 가르침을 추구
하지만, 불교에서는 출세간의 도를 추구하여 효를 완성한다는 대효의 입
장을 엿볼 수 있다.
『균주동산오본선사어록』에는 양개의 모친이 보낸 답장을 「부양회서附孃
回書」의 제목으로 싣고 있는데, 그 마지막에 “다만 목련존자와 같이 나를
제도하여 아래로는 침륜沈淪에서 벗어나게 하고, 위로는 불과佛果에 오르
게 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못하면 아득한 허물이 있을 것이니, 간절히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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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리거라.” 라고 쓰고 있어 대선사의 모친다운 풍모를 엿보게 한다.
양개의 선사상에는 유학에서 제시하는 세간의 가치와 조사선의 선리禪
理를 융합하는 사상적 특징을 보인다. 그의 어록에 실린 『보경삼매가寶鏡三
昧歌』에서는 “신하는 임금을 받들고, 아들은 아비에 따른다. 따르지 않으면
효가 아니요, 받들지 않으면 보좌가 아니다. 드러나지 않게 행하고 은밀히
써서, 어리석은 듯하고 미련한 듯하다. 그러나 능히 서로 이을 수 있다면,
이름하여 주인 가운데 주인이 있음[主中主]이다.” 라고 하는 문구로부터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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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주중주主中主는 사빈주四賓主의
하나인데, 임제종의 사빈주와 조금 다르다. 이는 조동종의 제접법을 논하
면서 설명하겠지만, 이로부터 유학에서 강조하는 군신君臣과 부자父子 등
의 관계에 대하여 조사선의 입장에서 융합하여 논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이후 조동오위曹洞五位를 논하면서 더욱 상세히 분별하고자 한다.
16) 앞의 책(大正藏47, 516c), “夫人居世上, 修己行孝, 以合天心. 僧有空門, 慕道參禪, 而報慈恩.”
17) 앞의 책(大正藏47, 517a), “但如目蓮尊者度我, 下脫沈淪, 上登佛果. 如其不然, 幽譴有在, 切宜體悉.”
18) 앞의 책(大正藏47, 515a), “臣奉於君, 子順於父. 不順非孝, 不奉非輔. 潛行密用, 如愚如魯. 但能相續, 名
主中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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