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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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의 념念이 아니라, 해법을 찾으려는 용기와 의욕에 몸을 맡긴다. 과거
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모든 영웅의 공통점이다.
새 길을 찾으려는 형형한 눈빛으로 그때까지의 경험을 복기復棋했을 것
이다. 무엇을 추구했던가, 어떤 방법을 선택했는가, 그 방법으로 무엇을
성취했는가, 성취한 것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무엇이 문제이고 원인
은 무엇인가를, 거듭 숙고하고 성찰했을 것이다. 그 성찰적 복기는 아마도
이런 내용이었을 것이다.
“늙어가고 병들고 죽어가는 자연현상 앞에서 유달리 커다란 정신적 불
안과 공포를 경험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인간이다. 나는 인간이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궁금했고, 그런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
간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기 위해 가정과 사회적 역
할까지 포기하고 탐구했다. 이미 나와 같은 문제의식을 지니고 해법을 추
구해 온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그들의 가르침을 경청하고 수용해 보았다.
그들이 하나같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감관적 쾌락에 대한 인간의 반응’
이었다. 몸/감관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욕망이 유별나다는 것, 인간은 그
유별난 감관욕망에 노예적으로 끌려다니고 있다는 것, 따라서 감관욕망에
대한 노예적 반응을 극복해야 인간 특유의 혼란과 고통이 해결될 수 있다
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극복 방법으로 채택되어 온 것이 선정 수행과 고
행이었다.
마음을 흐트러지지 않게 집중해 가는 노력을 통해, 감관욕망으로 향하
는 마음을 다잡아 마침내 감관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
는 발상이 선정 수행이었다. 또 감관욕망의 토대인 감관 기능 자체에 따르
기를 거부하며 감관의 본능적 요구를 최대한 거세시켜 가다 보면, 감관욕
망에서 풀려나고 진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이 고행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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