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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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끄러우냐?” 하고 물으시니 어느 한 비구가 부처님께 그 경위를 말씀
          드렸어요.



            목발우와 비단가사를 불태우다



                                    부처님이 대중을 다 모아놓고 목련존자에
                                  게만 꾸중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본보

                                  기를 해서 저지레(잘못)를 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계율을 제정하는 것이지요. 부처님께서
                                  목련존자를 보고 “신통이란 남에게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중생이 곤궁할 때 도와주는 것
          사진 2.  고려시대 철발우. 원각사
              성보박물관 소장.
                                  이다.” 하고, 그 발우를 손으로 싹 비벼 가루
          로 만든 다음 대중들에게 요만큼씩 줬다고 그래요. 그리고 앞으로 나의 제
          자는 목발우를 쓰지 말고 철발우나 옹기발우 두 가지만 쓰라고 그랬거든
          요. 거기에는 장식을 못하거든요. 지금 우리도 좋은 거 가지고 싶은 마음

          이 있는 것처럼 그때도 그랬겠지요.

           그래서 목발우를 싹 다 불태워버렸습니다. 봉암사 지증국사 비석 뒤에
          큰 대밭이 있었어요. 그 대를 쪄서 봉암사 큰방 앞에 마당에다가 놓고 또
          왕겨를 갖다 가세(가장자리) 놓고 대를 위에다 얹습니다. 왕겨에 불을 붙이

          면 대가 활활 타는 게 아니고 뭉긋하게 타서 그 연기가 올라오거든요. 그

          래 하얀 양은 양재기(그릇)를 크고 작게 네 개를 그 연기 위에다가 엎어 놓
          습니다. 그러면 연기가 올라와서 찐득하게 묻거든요. 그거를 연훈煙熏이라
          그럽니다. 그 꺼멓게 해 가지고 뜨끈뜨끈할 때에 들기름을 바릅니다.

           뜨거운데 들기름이 들어가니까 금방 익어서 반들반들해지는데 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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