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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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2호 | 거연심우소요 居然尋牛逍遙 42 |    가을날  고운사孤雲寺를  찾아가는
            등운산 고운사 ①
                                         길은 황홀하다. 고즈넉한 산사로 가
                                         는 발걸음은 번잡하고 시끄러운 세

                                         상을 잊게 할 만큼 깊은 산속으로 들
          고운사의 창건 연기와                    어가는 기분이다. 고운사는 경상북

          사세의 부침                         도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에 있다.



                                            외로운 구름 따라가는
          정종섭
                                            황홀한 길


                                           79번  국도로  가다가  고운사길로

                                         접어들면 안망천을 따라 적벽赤壁이

                                         나타나고,  구계2교  부근에서  다시
                                         계류와 함께 달리는 높은 암산의 절
                                         벽을 만난다. 겨울에는 수직의 빙벽

                                         이 연출되곤 하는데, 절을 찾아가는

                                         이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정념을 끊
                                         어 버리게 할 만큼 차갑고 냉정하다.
                                           하천이 흐르는 옆으로 큰 바위 절

                                         벽이 있으면, 예부터 이런 곳에는 학

                                         자가 나올 만한 땅이라고 했다. 암벽
                                         은 벼루를 의미하고 절벽 아래에 흐
           정종섭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전 서울
           대 법과대학 학장, 전 행정자치부 장관,        르는 계류溪流는 먹을 가는 물이기
           현재 한국국학진흥원 원장. 『헌법학 원
           론』 등 논저 다수.                   때문에 어쩌면 이 지역에도 뛰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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