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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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관준위령 不慣遵危嶺
              금인선승등 今因選勝登
              풍계홍곡곡 楓溪紅曲曲

              태벽녹층층 苔壁綠層層

              협단영빈점 峽斷迎賓店
              사여배불승 寺餘拜佛僧
              신마수기숙 信馬愁羈宿

              임간하처등 林間何處燈



              깎아지른 고개 오르는 일은 익숙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절경 찾아 올라보았네.

              단풍으로 물든 계곡은 골골이 붉게 타들어가고

              이끼 낀 절벽은 겹겹으로 푸르네.
              산골에 손님 맞는 주막은 보이지 않고
              절간에는 부처님께 예불 올리는 스님만 남아있네.

              말 가는 대로 가면서 잠잘 곳 걱정하노니

              산속 그 어디에서 등불을 찾을 수 있을까.


           늦은 가을날 고운사길을 따라 줄지어 선 은행나무 가로수의 노란 잎들

          이 인도를 덮는 시간에는 실로 황금카펫을 밟고 걸어가는 것 같아 황홀하

          기 그지없다. 그래서 가을 단풍 시즌에는 이 황금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
          거나 산보散步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행복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황금길을 텅 빈 마음으로 걸으며 그간 잊고 지낸 자신의 참모습을 확인하

          는 그 자리인지도 모른다. 범아일여梵我一如의 그 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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