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P. 170

동산이 “사리闍黎의 이름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본적은 “본적本
              寂입니다.”라고 하였다. 동산이 “향상向上을 다시 말하라!”라고 하
              자 본적은 “말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하였다. 동산이 “어째서 말

              하지 못하는가?”라고 묻자 본적은 “이름이 본적이 아닙니다.”라고

              하였다. 동산이 깊은 그릇[深器]이라고 보고, 이로부터 (본적을) 입
              실入室하게 하였다.     10)



           여기에서 말하는 ‘향상’은 바로 향상사向上事를 말하며, 흔히 조사선의 핵

          심을 의미한다. 그에 대한 물음에 본래공적本來空寂하다는 ‘본적’은 명언名
          言에 지나지 않는다는 본적의 대답은 어쩌면 양개의 선리禪理와 계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이로부터 본적은 몇 년 동안 양개의 문하에서 머

          물렀다. 그러나 본적이 양개를 참알한 것을 865년이라고 한다면, 양개는

          869년에 입적했으니 최대한으로 산정해도 3, 4년 정도 양개 문하에 머물
          렀다고 추정할 수 있다. 본적이 양개의 입적을 지켰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
          기 때문이다.

           『조산어록』에서는 본적이 양개를 떠나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여러 해를 (양개 문하에서) 머뭇거리다가 떠나겠다고 하직하자 동산

              은 드디어 동산의 종지宗旨를 은밀히 전수하였다. 다시 묻기를, “그

              대는 어디로 가려는가?”라고 하자 본적은 “변하고 바뀌지 않는[不
              變異] 곳으로 가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동산은 “변하고 바뀌지 않


          10)  [日本]慧印校訂, 『撫州曹山元證禪師語錄』(大正藏47, 526c), “山問: 闍黎名甚麽? 師曰: 本寂. 山曰: 向上
            更道? 師曰: 不道. 山曰: 爲什麽不道? 師曰: 不名本寂. 山深器之, 自此入室.”


          170
   165   166   167   168   169   170   171   172   173   174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