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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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를 꿰차고 맙니다. 그래도 어찌해 볼 요량으로 좌복에 앉아 용을 써 보
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자기 삶에 대한 강한 의문
도 없고, 아울러 화두에 대한 강한 신념과 집중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산대사西山大師는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화두는 의심을 일으키되 그 뜻을 알아맞히려 해서도 안 되고, 생
각으로 헤아려서도 안 된다. 또한 깨닫기를 기다리지도 말고, 더
생각할 수 없는 데까지 나아가 생각하면 마음이 더 이상 갈 곳이 없
게 된다. 마치 늙은 쥐가 물소의 뿔 속으로 들어가 죽은 듯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인가 저것인가 따지고 맞추어 보는 것이
그릇된 생각과 분별심을 일으키는 것이며, 두려워 갈팡질팡하는
것도 그릇된 생각을 일으키는 식정識情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이
병통을 알지 못하고 오로지 이 속에서 빠졌다 나왔다 할 뿐이다.”
그러므로 화두를 들 때는
마치 닭이 알을 품듯, 고양이
가 쥐를 잡듯이, 배고플 때
밥 생각하듯이, 목마를 때 물
생각하듯이, 어린아이가 엄
마 생각하듯이 간절하게 해
야만 합니다. 이러한 간절한
마음과 응집력이 없이 그저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은 허송 사진 4. 1996년 10월 11일~18일까지 부산 국제신문 전
시장에서 열린 김호석 화백 “우리시대의 부처, 스
세월을 하는 겁니다. 님 스님 성철 큰스님” 전시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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