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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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여기는 격이 된다.
선방에 다닐 때 구참久參 스님들로부터 “좌복에 앉아 맹렬히 화두와 씨
름하는 것만큼 더 좋은 업장 소멸의 방법은 없다.”는 말을 지주 들었다. 이
런 내용은 비단 구참 스님들에게서뿐만 아니라 옛 스님들의 어록에서도 본
기억이 있다.
참선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완성된 수행법이다. 화두 의심이 맹렬
히 커 가면 커 갈수록 내 의식의 산만함은 가라앉고 집중도는 더욱더 커 갈
수밖에 없다. 평소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분열되어 있던 나의 의식이 화두
라는 하나의 의심 축으로 똘똘 뭉쳐지게 된다.
내 마음 상태가 화두라는 의심덩어리로 똘똘 뭉쳐 있게 되면 무엇을 하
든 내가 하는 모든 행위는 화두라는 의심덩어리 속에서 하는 셈이다. 밥을
먹든, 길을 가든, 경을 읽든, 주력을 하든, 내가 하는 모든 것은 의심덩어
리 속에서 용해되어 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그렇게 지
어 나가서 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기까지는 그저 화두에
대한 의심을 일으키려고 부단히 애쓰고 애써야 할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두 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렇게 되는 사람들이 드문
것 또한 현실이다. 그래서 스스로들 근기가 낮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안 되는 화두 공부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도입하는 것이 기도
법의 하나인 ‘주력呪力과 절’이다.
이런 입장에서 하는 경우라면 능엄주와 절은 하나의 보조적인 방법이 된
다. 참선하는 분들이 스스로 참선을 잘하기 위하여 빌려 온 수행법이기 때
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빌려 온 주력이라는 기도법을 온전한 하나의 수행법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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