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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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과정의 정점인 선정의 궁극경지에서 문득 과거생過去生으로 관심
          을 기울인다. 그러자 과거생의 개별화된 삶들을 관심 가는 대로 추급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숙명통宿命通>. 이어서 수많은 개별 과거생들의 상호 연

          관으로 관심을 기울이자, 삶의 연속적 전개 사이에 인과적 연관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천안통天眼通>.
           그렇게 ‘직접 알게 된 앎[直接知]’으로써 성취한 ‘조건인과적 발생에 대한 통
          찰’(연기 깨달음)을 현재 실존에 적용하였다. 그러자 ‘삶의 괴로움 및 그것과 맞

          물려 있는 번뇌라는 현상[苦]’, ‘그 현상을 발생시키는 인과적 조건들[集]’, ‘고

          통과 번뇌를 발생시키는 인과적 조건들에서 풀려난 지평[滅]’, ‘풀려난 지평
          을 성립시키는 조건들[道]’이 확연해졌다. 이어서 ‘더 이상 고통과 번뇌의
          발생조건들에 매이지 않는 지평(해탈)’이 완벽해졌고, ‘그런 성취가 구현되

          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능력[解脫知]’이 밝아졌다<누진통漏盡通>.

           어릴 적 체험했던 즐거움에 대한 기억을 단서로 삼아 모든 현상을 ‘조건
          적 발생’으로 보는 관점을 수립하였던 고타마 싯다르타. 그때 성취한 것은,
          성찰적 사색을 통해 확보한 ‘이지적理智的 연기 깨달음’이었다. 그 이지적

          연기 깨달음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선정 현상을 발생시키는 조건에 눈뜰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조건들의 선택을 통해 확립한 새로운 선정을 토대로 ‘연
          기 깨달음’을 체득적으로 완성시켰다. 성찰을 통한 ‘이지적 연기 깨달음’에
          서 출발하여, 선정을 통한 ‘체득적 연기 깨달음’으로 나아간 것이다.

           다 해결했다. 더 이상 풀어야 할 문제는 없다. 고타마 싯다르타를 혼란

          과 불안, 고통으로 짓누르던 근원적·궁극적 문제 상황이 완전하게 해소
          되었다. 붓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세상이 보지 못하는 높이, 세상이
          알기 어려운 깊이를 품게 된 이들에게 운명처럼 엄습하는 짙은 고독. 차라

          리 이대로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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