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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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님, 간다라(2~3세기), 독일 국립베
를린아시아박물관, 사진: 유근자.
조건에 따라 발생한 모든 현상, 모든 경험과 현상을 발생시킨 조건들에,
‘매이지 않고 갇히지 않는 자유의 지평’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 지평에
서서 ‘빠져들지 않으면서 만나는’ 연기緣起의 세상. - 그 속에는 예전의 자
신처럼 혼란과 불안, 고통과 번민의 가시덤불을 어지럽게 헤매는 사람들
이 있다. 빠져나온 자의 무관심을 선택할 것인가, 연민을 선택할 것인가.
‘무조건적·절대적 자아 및 존재’라는 환각 현상을 발생시키던 조건들에
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인간은, 세상을 ‘하나처럼’ 경험한다. 절대 자아, 실
체 존재라는 환각이 구축했던 격리와 배제가 해체된 세상을 만난다는 의
미에서의 ‘하나로 만남’이다. 이 ‘하나 됨’의 경험을 조건으로 삼아 발생하
는 ‘제한 없는 연민’, 그 광대한 자애는, 붓다의 운명으로, 붓다의 속성으로
솟구친다. 붓다, 그는 고독을 넘어 만남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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