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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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⑤에서 정명, 바른 직업에서 전통적으로는 도살업이나 무기상이나 독
          물 거래상 등 생명을 해치는 직업은 바른 직업일 수 없다고 했는데, 일반
          적으로 바른 직업이라 여겨지는 의사직이나 변호사직도 그것이 사람들의

          아픔이나 곤경을 이용하여 오로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삼는

          다면 옳은 직업일 수 없을 것입니다. ⑦의 정념은 현재 영어로 mindfulness
          라고 번역하는데, 베트남계 틱낫한 스님을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
          는 수행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한국어로 ‘마음 다함,’ ‘마음 챙김’으로 번

          역됩니다. ⑧의 정정은 산스크리트어로 samādhi로 독서 삼매라고 할 때

          의 ‘삼매三昧’입니다.


            비교종교학적 관찰




           일반적으로 여러 종교에서도 거짓말하지 말라, 도적질하지 말라, 음행
          하지 말라, 살생하지 말라 하는 등 계율을 지키라고 합니다. 이렇게 계율
          을 지키면 금생이나 내생에 거기에 따른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렇게 초월자나 심판자가 주는 상벌을 염두에 두고 계

          율을 지키는 태도를 ‘율법주의’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 팔정도에서 말하는 계율은 상벌 개념이 전혀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해방과 자유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보상

          과 관계되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심판자나 초월적 존재가 주

          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율법주의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계율
          을 지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에서 해방되어 자
          유를 누리기 위한 준비 작업 같은 것입니다. 말하자면 비율법적 접근, 영

          어로 humanistic approach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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