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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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약 8년 동안 육식과 거리를 둬본 적이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육식을 거부하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내 몸이 동물성 단백질을 필요로 했
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은 다른 모든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먹거리의 선
택, 즉 식습관에서도 윤리적 사고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상적 의미의 삶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먹는 음식 때문
에 도덕적으로 부주의하거나 무지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음식으로 소비하고 있는 생명체들이 대부분 공
장식 축산농장이나 양식장에서 마치 공산품처럼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간접살인을 저지
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눈앞에 놓인 고기가 나를 위해 희생되었다는 것을 보지도[不見], 듣지도
[不聞], 의심하지도[不疑] 않을 때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삼정육三淨肉의 도
덕적 취지도 날이 갈수록 무색해지고 있다. 보지도 않고, 듣지도 못했으며,
굳이 의심할 필요조차 없다는 핑계로 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고기를 소
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1) 치킨의 재료인 닭의 경우
A4 용지 하나 크기의 케이지 안에 4〜6 마리 단위로 구겨진 채 집단 사
육되는 닭들은 거꾸로 매달린 채 도살 라인을 지나면서 전기가 흐르는 수
조에 머리가 처박힌 모습으로 목을 잘리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기충
격기가 엉성하게 작동하거나 있으나 마나 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목이 잘리게 된다고 한다.
머리 나쁜 사람을 가리켜 새대가리 혹은 닭대가리라고 부르는 것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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