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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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탄을 던지겠다


               그러던 중 재미난 일화가 있습

             니다.  성철스님께서  대중을  다

             모아놓으시고  말씀하시길  “그런
             데 만일에 이거는 가정이다. 만일
             ‘불법이 아무것도 아니구나.’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가 수행

             해 나가는데 불법을 깨쳐서 부처
                                             사진 7. 묘엄명사 가사(묘엄박물관).
             가 되기를 목적 삼는데, “불법도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 어떤 처신을 하겠느냐?” 하시고는 대

             중을 모두 앉혀놓고 그것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 물었습니다.

               삼각산 문수사 그 허혜정스님이 “나는 세상만사를 다 버리고 중이 됐는
             데, 그런데 불법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면 이 세상 사람같이 살아서 뭐하
             겠냐?”고 그래서 “저 산골 깊은 데 들어가서 감자나 파먹고 돼지같이 살겠

             다.” 그랬어요. 여러 사람 가지각색으로 재미있어요. 내 차례가 됐어요. 그

             래서 내가 대답을 안 했습니다. “한 가지 대답할 게 있기는 있는데, 스님이
             나 순호스님 있는 데서만 하지 할 수가 없다.”고 대답했어요. “여럿이 듣는
             데는 못 하겠습니다.” 그러자 큰스님 말씀하시길 “여기서 대답을 받을라고

             내가 공사를 시작했는데 어디 가서 가만히 할라고 그러냐, 얼른 대답해라!”

             고 하셨지요.
               그래도 나는 대답 안 했어요. 죽어도 못 한다고 하고 안 하고 앉았으니
             까, 당신 옆에 놓여 있던 주전자 물이 막 날라와서 나한테 다 덮어씌우고,

             거기 화롯불에 남아 있던 재를 덮어씌워서 내이 재덩이가 됐어요. “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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