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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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나고 그래서 그 집에 갔는데, 거기서 밥을 푸더라고요. 그랬는데 꽁
보리밥입니다.
우주를 덮고도 남는 불성
밥을 퍼 가지고 마루에 앉아서 먹는데, 옛날 시골에는 밥상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마루 바닥에 놓고 밥을 먹는 겁니다. “우리가 봉암사 가는 스님
들인데 밥을 좀 먹을 수 있겠느냐?”고 하니까, “그래 들어오라.”고 그래요.
들어가니까 조그마한 바가지 그릇에 밥을 주는데, 자기가 먹던 숟가락을
빨아먹고는 그 숟가락으로 다른 접시에다가 자기가 먹던 밥을 덜어 줍디
다. 도저히 못 먹겠어요. 내가 못 먹겠어서 “고추장을 좀 달라.”고 그러니
까, “얻어먹는 주제에 고추장이야 된장 찾는다.”고 막 뭐라고 그래요. 성철
스님께 그 말씀 드리니, 박장대소를 하시더라고요 “그래 얻어먹어 보기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 먼 길을 걸었군요. 용케도 식사를 민가에서 해결하셨군요?
백련암으로 올라가려면 지증국사 비석을 지나가야 하는데 묘가 하나 있
어요. 거기에 커다란 호랑이가 대밭 옆에 있는 묘 쪽에 누웠다가 우리가 오
는 걸 보고 벌떡 일어나더라고요. 어찌나 놀랐던지요. 도로 내려와서 봉암
사 대문이 있는데, 대문이 딱 잠겨 있으니까 대문 앞에서 둘이서 이야기 하
고는 큰절에 들어갈까 말까 하는데 누구 소리가 들더라고요. 그래서 “문
좀 열어주시오.” 그러니까 성철스님이 문 열어주셨는데 “왜 안 올라가고
있느냐?”고 했어요.
“지증국사 비석 옆에 묘소가 있는데 호랑이가 앉았다가 일어나서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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