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P. 91
졌습니다. 무서워서 당최 못
올라가겠습니다.”고 그러니까
담 키워 주시느라고 “가자. 지
금 가면 없을 거다.” 그러면서
그 호랑이 있던 지증국사 비석
사진 5. 문경 봉암사 지증국사탑과 탑비.
그 위에까지 데려다 주시더라
고요. “그리하고 다녀야지 짐승은 사람 보고 무서워하고, 사람은 짐승 보
고 무서워하는데, 너희가 하늘을 덮고 남는 불성을 가진 놈들이 호랑이 하
나 무서워서 자기 집에도 못 가는 게 대체 어디 있느냐?”고 용기를 돋아주
셨어요. 내 불성이 하늘 덮고 남는 건지 큰 것인지 작은지도 모르면서 그
말에 기운을 얻어서 백련암에 올라갔습니다. 밤중에.
능엄주 외워야 방부 가능
그때 봉암사는 아무나 방부를 받지 않고 ‘정진을 열심히 하고 발심이 잘
된 자’, ‘불교가 아니면 죽겠다고 발심이 된 자’를 받았습니다. 그거를 생사
발심生死發心이라 하거든요. 죽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선객들을 생사발심
자라 해요.
▶ 결사 중에 대중들을 위한 법문이나 경전 강의가 있었습니까?
그때는 내가 경전 이름을 하나도 모를 때거든요. 『금강경』, 『능엄경』은
들어서 알고 있고, 내 나름대로 번역된 거를 본 것은 백용성스님이 번역한
『화엄경』 책을 성철스님이 서울에 갔다 오시면서 사다 주시더라고요. 책에
다 내 이름을 딱 적어 가지고 사 오셨어요. “이것을 읽어라.” 그러는데 모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