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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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을 마음의 동굴로 안내
한 동자는 문수보살의 화신이
다. 왜인가? 손오공의 구도여정
은 형상적으로 『화엄경』의 선재
동자와 겹친다. 그 선재동자를
구법여행에 나서도록 한 최초의
스승이 문수보살이었다. 문수보
사진 1. 소나무 위에서 노는 손오공. 살은 주로 동자로 나타난다. 이
러한 점들에 있어서 손오공을 안
내한 동자는 문수보살의 화신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동굴에 들어가지 않고 그 앞에서 노는 원숭이 왕의 상황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는 나무 위의 원숭이가 노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움직일 때는 옛 가지를 놓기 전에 새 가지를 잡
는다. 그것은 자아에 대한 집착我執을 내려놓았다면서 대상에 대한 집착法
執에 빠져버리는 수행자의 상황에 대한 비유가 된다. 『금강경』 식으로 말하
자면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내려놓았다고 자부하면서 아뇩다라삼
먁삼보리를 성취했다는 새로운 집착의 가지를 움켜쥐는 것이다. 이런 일
이 있었다.
부처님에게 한 브라만이 두 손으로 오동꽃을 받들어 바치자 부처
님이 말씀하신다. “내려놓으세요.” 브라만이 왼손을 내려놓자 부
처님이 다시 말씀하신다. “내려놓으세요.” 브라만이 오른손까지
내려놓자 부처님이 다시 말씀하신다. “내려놓으세요.” 브라만이
말한다. “두 손을 모두 내려놓았는데 뭘 내려놓으라는 겁니까?”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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