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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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기를 계속한다. 정혜쌍수이며 중도 수행인 것이다. 그리하여 드디어
          불성을 확인하는 자리에 이른다.



              수보리 조사: 네 부모의 원래 성이 무엇이냐?

              원숭이 왕: 저는 부모가 없습니다.
              수보리 조사: 부모가 없다면 나무에서 생겼다는 말이냐?
              원숭이 왕: 나무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돌에서 생겨났습니다. 화

              과산 위에 신비한 돌이 하나 있었는데 그 돌이 깨지면서 제가 생겨

              난 겁니다.
              수보리 조사: (속으로 기뻐하며) 그렇다면 하늘과 땅이 만들어낸 것이
              로구나.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돌원숭이[石猴]의 돌 석石 자는 부처 석釋과 발음
          이 같다. 원숭이 왕은 스승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부처의 소생임을 분명
          히 밝히고 있다. 최초의 만남에 불성을 말하는 제자! 조사가 기뻐하지 않

          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아버지가 없어서 성이 없는 아이[無姓兒]

          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5조 홍인스님이 처음 4조 도신스님을 찾아갔을 때
          의 장면과 겹친다.



              도신: 네 성姓이 무엇이냐?

              홍인: 성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성이 아닙니다.
              도신: 무슨 성이 그런 거냐?
              홍인: 불성佛性입니다.

              도신: 그러면 너는 성姓이 없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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