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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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53불(사진 6) 벽화들을 살펴보면 창방 위의 가로로 긴 벽면에 불당 4면
을 돌며 약 48불 좌상이 정연히 그려져 있다. 모두 원형 두광과 신광이 있
고 연화좌에 앉아 있다. 광배 옆에는 명칭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보개
조공자재왕寶蓋照空自在王 등 몇 분은 불명만 존재한다.
안동 봉황사는 신라 선덕여왕
13년(644)에 창건됐으나, 대웅전
은 1696년 중수되었고 그 내벽에
과거칠불과 53불도가 있다. 53
불은 지붕을 떠받치는 공포 한 칸
에 세 분씩 배치하였다. 그 외 조
선 후기 53불도는 순천 선암사
사진 7. 송광사 불조전 53불도와 53불좌상 부분(송광 불조전 53불도(1702년)와 송광사
사성보박물관).
불조전 53불도(1725년)가 있다.
송광사 53불도(사진 7)는 중앙의 7불 탱화를 중심으로 좌우를 6폭으로 나누
어 그린 형식이며 화면에 각 여래명을 기입하였다. 또한 송광사는 불화와
석조 53불좌상이 함께 봉안되어 있어 조선시대 53불도상의 좋은 연구자료
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우리나라의 53불신앙 연구는 천불신앙과 함께 대승불
교의 다불사상으로 정의되어 왔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7세기
신라시대부터 점찰법회와 함께 나타난 53불신앙은 당시 수행자들이 말법
시대를 인지하고 그에 따른 참회의식을 위한 53불도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53불도상은 과거 7불, 35불과 함께 수행자의 불명참회와 관불참회
를 위한 도상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53불도상은 고려시대 금강산 지역과
조선시대까지 지속적으로 계승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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