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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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의 추억
불교에서 연등은 자신의 마음을 밝고
맑고 바르게 하여 부처님의 덕을 찬양하
고, 대자대비한 부처에게 귀의하려는 의
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연둣빛 물결 속에
오색 연등이 걸려 있는 거리의 풍경은 불
교 집안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는 축제의
서막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불심이 무엇
인지도 몰랐던 어린 시절에도 이와 같은
풍경은 저에게 설렘으로 다가왔습니다.
알록달록한 오색의 연등이 오색의 풍
선만큼이나 설레게 했던 이유가 무엇이
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절기상으로 양력 사진 3. 불심이 돈독한 나의 어머니.
5월은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는 시기로
농촌이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모내기를 준비해야 하고 황금 들녘의 보리
를 베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저의 어린 시절에 이 시기는 부모님과 함께 살
았지만, 늘 부모님이 그리웠던 시기였습니다. 할머니와 부모님은 평상시
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셔서 늦은 밤이 되어서야 얼굴을 볼 수 있었습
니다. 잠이 들 땐 부모님이 곁에서 토닥토닥 잠을 재워 주셨지만 잠에서 깨
고 나면 항상 곁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잠에서 깨고 나면 억울한 생
각마저 들어서 엉엉 울기 일쑤였습니다. 잠들기 전에 엄마, 아빠를 더 만
지고 더 안아 볼 걸 하는 아쉬운 마음에 잠에서 깨고 나면 늘 슬펐던 기억
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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