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P. 126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어느 시인
                                               의 말처럼 어린 시절 저에게

                                               부모님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늘 그리워하며 지내다가 부처
                                               님 오신 날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어머니와 함께 있을 수
          사진 4. 고임상에 올리는 모양 절편.
                                               있었으니 세상을 다 가진 느낌

          이었습니다. 불심이 돈독하셨던 할머니와 어머니는 새벽부터 목욕재계하
          시고 절에 가실 채비를 하셨고, 그날 하루는 밤늦게까지 목포 유달산 달성
          사에 머무시면서 지극정성으로 연등을 밝히셨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온종일 함께할 수 있던 유일한 날이었으니 부처님 오

          신 날은 일 년 중에 가장 행복했던 날로 기억됩니다. 설날보다 부처님 오
          신 날의 추억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있고 설레는 이유입니다. 아마도 할
          머니와 어머니의 지극한 기도가 씨앗이 되어 지금 저의 불심으로 이어지

          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불심이 된 효심



           시시때때로 불교를 유산으로 남겨 주신 할머니와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항상 선한 마음으로 기도하시
          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기에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종교가 저의 종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를 따라

          가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지만, 매사에 정성을 들이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124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   129   130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