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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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울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좋다. 또 이것을 인간의 업이라고 한
             다.” 6)
               비슷한 내용을 니시다 기타로는 철학적으로 말했습니다.

               “철학의 동기는 ‘놀라움’이 아니라 삶의 깊은 비애여야 한다.”                 7)

               나는 물론 니시다 기타로보다는 스즈키 다이세쓰를 좋아합니다. 다이세
             쓰의 책을 몇 권 더 읽기도 했지만, 그의 평이한 언어를 더 좋아하기 때문
             입니다. 슬픔을 안다는 것은 곧 이 세상의 참된 모습을 안다는 것이 아닐

             까요? 8세기에 지어진 만세이滿誓의 유명한 와카는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

             한 불후의 절창입니다.


                  이 세상을 무엇에 비유하랴, 어스름한 새벽녘

                  저어가는 배 뒤에 남는 하얀 물결
                                             8)


               인생이 고통스럽고 슬픈 것이라는 사실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삶 그 자
             체는 고뇌이고 때로는 참담하고 슬픈 것이지만, 그것을 순수하게 직관하

             거나 예술에 의해 재현하면 고통이 줄어들면서 인생은 하나의 의미심장한

             스펙터클이 됩니다.


                빈 배에 가득 달빛만 싣고 돌아오누나




               니시다 기타로는 41세 때 출간한 『선善의 연구』(1911)로 유명합니다. 이 책



             6) 스즈키 다이세쓰, 『선의 사상』 : 오가와 다카시, 『선사상사 강의』(예문서원, 2018)에서 재인용.
             7) 니시다 기타로, 「場所の自己限定としての意識作用」(『西田幾多郞全集』第6卷 岩波書店).
             8) 『万葉集』 : 世の中を 何にたとへむ 朝びらき 漕ぎいにし船の 跡なきごと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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