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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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돌의 정원이 되고 싶다.” 고까지 말했습니다. 나야 뭐 그 정도는 아니지
만, 교토, 특히 다이토쿠지의 방장 정원을 좋아합니다.
문학의 향기, 시센도詩仙堂
교토 북동부에 있는 작은 절 시센도詩仙堂는 한낱 문인이 만든 정원이
지만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초기 문인 중 한 명으로 이
시카와 조잔(石川丈山, 1583~1672)이 있습니다. 실패한 무장이었던 그는 은
퇴하여 교토에 아직도 남아 있는 시센도라는 은거지를 짓고 살았습니다.
조잔은 시센도 안에서 홀로 노니는 일 외에는 세상만사에 흥미가 없었습
니다.
조잔은 쓸데없이 돌아다니지도 않았고 권력자에게 아부하지도 않았습
니다. 퇴위한 고미즈노오 상황(後水尾上皇, 1596~1680)이 불렀을 때도 그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실권자인 상황의 부름을 거절한 조잔도 대단하지만 이
를 대범하게 수용하고 넘어간 고미즈노오 상황도 대단하지 않나요? 두 사
람은 84세, 89세까지 살았으니 당시로서는 대단히 오래 살았습니다. 문학
을 하는 사람이라면 조잔의 삶이야말로 하나의 꿈과 같은 삶입니다.
시센도는 집주인 사후 시센도 조잔지詩仙堂丈山寺라는 이름의 절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건물과 정원이 아름다워 세상 사람들이 동경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1986년에는 멀리 영국에서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妃가 시센도를 찾아왔습니다.
조잔은 1641년 히에이산 기슭에 시센도를 건립한 다음, 이곳에서 30년
1) 니코스 카잔차키스, 『일본 중국기행』, 열린책들(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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