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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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철학은 하찮은 행
동으로 귀결되고, 고결한 철
학은 고결한 행동으로 귀결
됩니다. 조잔의 철학은 이런
것이었다고 합니다.
“때로 정원의 꽃을 따고
때로 거위 울음소리를 듣는
다. 때로는 낙엽을 쓸고 때
로는 국화를 심는다. 동쪽
사진 4. 찰스 왕세자 부부도 걸었던 시센도 하단의 정원.
언덕에 올라 달에게 노래한
다. 북쪽 창에서 책을 읽고 시를 암송한다.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 3)
시센도는 퇴출된 사무라이가 스스로 모색한 문학적 삶의 방식이 응축된
곳입니다. 거기에는 기존의 사무라이 생활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발상으로
속세를 벗어난 삶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이시카와 조잔의 꿈의 유적지 시
센도에서 나는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자신을 잊고
순간에 침잠하는 경험입니다. 8세기에 지어진 선시 한 편이 생각납니다.
한순간 고요히 앉아 있으면
항하사만큼의 칠보탑을 만드는 것보다 낫다
보배탑은 결국 먼지로 돌아가지만
한순간 깨끗한 마음은 깨달음을 이룬다 4)
3) 알렉스 커, 『사라진 일본』, 글항아리(2004).
4) 寶誌禪師, 『通行錄』, 『가려 뽑은 송나라 선종 3부록』 2권(장경각,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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