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P. 156
가를 받은 선사들도 많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범일은 마조와 석두로
부터 인가를 받은 선지식들을 두루 참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마조
의 제자인 염관과 석두의 제자인 약산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조당집』에는 범일이 염관과 약산으로부터 인가받는 장면이 다음과 같
이 묘사되어 있다. 먼저 마조의 제자 염관을 만나는 장면부터 보자. 여러
선지식을 참문參問한 끝에 범일은 드디어 염관대사를 만났다.
묻는다 : 어디 왔는가?
답한다 : 동국에서 왔습니다.
묻는다 : 수로로 왔는가, 육로로 왔는가?
답한다 : 어느 길도 밟지 않았습니다.
묻는다 : 두 길을 다 밟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답한다 : 해와 달과 동서에 무슨 걸림이 있겠습니까?
이에 대사(염관)께서는 “실로 동방의 보살이로다.”라며 칭찬했다. 이어
선사(범일)가 물었다.
묻는다 : 어떻게 해야 부처를 이룹니까?
답한다 : 도는 닦을 필요가 없나니 그저 더럽히지만 말라. 부처란 견
해도 보살이란 견해도 짓지 말아라. 평상심이 곧 도이니라.
이 말에 범일은 활짝 깨닫고 6년 동안 염관을 정성껏 모셨다. 당 무종 재
위시 염관의 문하에는 무종에 이어 황제에 오른 선종宣宗이 숨어 지냈다고
하니, 범일과 선종이 서로 만났을 가능성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다. “도는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