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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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게 한다. 이는 역시 양개의 「규계規誡」에서 사문들은 “삭발하여 물든
옷을 입고, 가사를 지니고 발우를 받들며, 세속을 벗어나는 빠른 길을
5)
밟으며, 성인聖人의 계위階位에 올라가 들어야 한다.” 라는 규정을 계
승한 것이라 하겠다.
토끼 뿔은 없지 않고, 소의 뿔은 있지 않다
또한 『무주조산원증선사어록』에는 상당히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는 문
구가 보인다. 먼저 다음과 같은 구절이다.
어떤 승려가 묻기를, “즉심즉불卽心卽佛은 묻지 않겠지만 어떤 것이
비심비불非心非佛입니까?”라고 하자 선사가 말하기를, “토끼의 뿔
은 없다고 할 필요가 없고, 소의 뿔은 있다고 할 필요가 없다.”라고
하였다. 6)
여기에서 언급하는 ‘즉심즉불’과 ‘비심비불’은 명확하게 마조馬祖의 언구
를 겨냥한 것이다. 『마조어록馬祖語錄』에는 어째서 ‘즉심즉불’을 설했는가를
묻자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함이고, 울음을 그치고 나면 ‘비심비불’
이라고 설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여기에서 본적은 ‘비심비불’을 비유비
7)
무非有非無의 논법으로 화답하고 있다.
5) [日本]慧印校訂,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16a), “剃髮染衣, 持巾捧鉢, 履出塵之徑路, 登入聖之
階梯.”
6) (T47, 528c), 僧問: 即心即佛即不問, 如何是非心非佛? 師曰: 兔角不用無, 牛角不用有.
7) 『江西馬祖道一禪師語錄』(卍續藏69, 4c), “僧問: 和尙爲甚麽說卽心卽佛? 祖曰: 爲止小兒啼. 曰: 啼
止時如何? 師曰: 非心非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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