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6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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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뿔’은 명확하게
                                                  ‘비유’이고, ‘소의 뿔’은 명
                                                  확하게 ‘비무’이다. 이 문

                                                  답에는 상당히 복잡한 중

                                                  국불교의  사상적  흐름이
                                                  내포되어 있다. 이 ‘비유
          사진 3. 보적사 후문.                           비무’의 연원은 십이연기

                                                  十二緣起를  설하면서  “세

          간의 집기集起를 여실하게 정관正觀한다면 바로 세간이 없다는 견해를 일
          으킬 수 없고, 세간의 멸滅을 여실하게 정관한다면 세간이 있다는 견해를
          일으킬 수 없다. 가전연이여! 여래는 이 (유와 무의) 이변二邊을 떠나서 중

          도中道에서 설한다.” 라고 하는 유명한 ‘중도’ 선언에서 비롯된 것이다.
                          8)
           세간이 ‘비유비무’라는 관점은 이후 반야般若에서 집중적으로 논하고 있
          는데, 그를 모두 논함은 지면이 허락하지 않지만, 승조僧肇의 「열반무명
          론涅槃無名論」에서는 “열반은 비유非有이고 또한 비무非無로서 언어의 길

          이 끊어지고[言語道斷] 마음의 갈 곳이 사라졌다[心行處滅].” 라고 ‘열반’을
                                                           9)
          ‘비유비무’로 논하고 있다. 여기에서 ‘언어도단 심행처멸’은 조사선에서 상
          당히 자주 인용하는 구절이고, 또한 승조의 『조론』은 조동종과 깊은 관련
          이 있다. 따라서 본적이 설파한 “토끼의 뿔은 없다고 할 필요가 없고, 소의

          뿔은 있다고 할 필요가 없다.”라는 답변은 바로 ‘비유비무’를 염두에 둔 것

          이라 하겠다.



          8)  [宋]求那跋陀羅譯, 『雜阿含經』卷10(大正藏2, 67a), “如實正觀世間集者, 則不生世間無見; 如實正觀
           世間滅, 則不生世間有見. 迦旃延! 如來離於二邊, 說於中道.”
          9)  [後秦]僧肇撰, 『肇論』, 『涅槃無名論』(大正藏45, 157c), “涅槃非有, 亦復非無, 言語道斷, 心行處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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