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9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P. 169

이러한 입장은 마조馬祖나 그를 계승한 백장百丈, 황벽黃檗 등의 남악계南
             岳系에서는 명확하게 ‘심心’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즉심시불卽心是佛’로 설

             해지거나 일심一心, 혹은 ‘일심’의 상태는 또한 ‘무심無心’이므로 ‘무심시도無
             心是道’로 전개된다. 한편 청원계靑原系에서도 역시 ‘즉심즉불’을 계승하고

             있지만 조금 다른 사상을 개진하고 있다. 특히 석두희천石頭希遷은 승조의
             『조론』을 읽고 “성인은 자기가 없고 자기가 아닌 바가 없으며, 법신法身은
             상象이 없는데 누가 자타自他를 말하겠는가?”라고 하며 「참동계」를 찬술했

             다고 한다.   12)

               이러한 석두희천의 사상은 청원계에 전승되고, 본적에 이르러 남악계와
             는 다르게 드디어 ‘즉상즉진’을 제창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즉상즉진’은
                                                                        13)
             명확하게 『조론』에서 논증하는 ‘입처즉진立處卽眞’, ‘촉사이진觸事而眞’ 을
             염두에 두고 제창했다고 하겠다. 이렇게 ‘즉상즉진’이 성립한다면 우리가

             부디치는 현상은 모두 ‘환幻’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또한 ‘즉환즉현卽幻卽顯’
             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역시 ‘환상幻相’을 추구한다면 ‘토끼 뿔’
             처럼 결코 찾을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즉심즉불’이 되었든 ‘즉상즉진’이든 절대로 서

             로 대립하는 선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무정불성無情佛性으로부터
             끊임없는 초월을 의미하는 향상일로向上一路라는 조사선의 기제가 작동하
             여 언어적 표현이 달라지고 있을 뿐, 결코 그 참다운 도리가 어긋나는 것

             은 아니라고 하겠다.





             12)  [宋]普濟集, 『五燈會元』 卷5(卍續藏83, 454c), “師因看肇論, 至會萬物爲己者其唯聖人乎. 乃拊几
                曰: 聖人無己, 靡所不己. 法身無象, 誰云自他? …… 遂著參同契.”
             13)  [後秦]僧肇撰, 『肇論』, 『不眞空論』(大正藏45, 153a), “非離眞而立處, 立處卽眞也. 然則道遠乎哉?
                觸事而眞!”


                                                                         167
   164   165   166   167   168   169   170   171   172   173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