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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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길을 찾는 데 허물이 있음[過在尋他舌頭路]”이라고 지적한 바와 같다고
하겠다. 그에 따라 본적은 철저하게 ‘주재’함을 강조하는데 이는 또한 ‘돈
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구절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엄밀하게 논하여
이사理事를 원융하는 것은 이극理極[所]에 도달하여 반야의 지智[能]로 극
조極照할 수 있는 경지에서야 가능할 수 있고, 이는 바로 ‘돈오’의 경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사大事를 밝히지 못함이 가장 커다란 괴로움
『무주조산원증선사어록』에는 또한 다음과 같은 구절이 보인다.
선사가 어떤 승려에게 묻기를, “세간에서 어떤 것이 가장 커다란
괴로움인가?”라고 하자 승려는 “지옥이 가장 커다란 괴로움입니
다.”라고 하였다. 선사는 “그렇지 않다.”라고 하자 승려는 “선사의
뜻에는 어떠합니까?”라고 물었다. 선사는 “이 법복[衣線] 아래 대
사大事를 밝히지 못함이 가장 커다란 괴로움이라고 칭한다.”라고
하였다. 4)
여기에서 ‘대사’는 바로 석존釋尊이 불지견佛知見을 중생들에게 열어[開]
보이고[示] 깨달아[悟] 증입하게[入] 하려고 세간에 출세하였다는 ‘일대
사인연一大事因緣’을 의미하는 것으로 조사선의 입장에서는 ‘돈오’를 이
룸을 뜻한다고 하겠다. 이로부터 본적의 철저한 구도 정신을 엿볼 수
4) [日本]慧印校,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11c), “師問僧: 世間何物最苦? 僧云: 地獄最苦. 師曰:
不然. 云: 師意如何? 師曰: 在此衣線下不明大事, 是名最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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