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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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상즉진卽相卽眞’과 ‘즉환즉현卽幻卽顯’
『무주조산원증선사어록』에 주의할 문구는 또한 다음과 같다.
어떤 승려가 묻기를, “상相에서 무엇이 진眞입니까?”라고 하자, 선
사는 “상에 ‘즉’하면 ‘진’에 즉함[卽相卽眞]이다.”라고 하였다. “마땅히
어떻게 드러내 보이겠습니까?”라고 하자 선사는 탁자를 끌어왔다.
승려가 묻기를 “환幻의 근본이 어찌 ‘진’입니까?”라고 하자, 선사는
“환의 본원本原은 진眞이다.”라고 하였다. “마땅히 환을 어떻게 드러
내겠습니까?”라고 하자, 선사는 “환에 ‘즉’ 하면 바로 드러난다.[卽幻
卽顯]”라고 하였다. 승려가 “어떻게 해야 바로 시종 ‘환’에서 떠나지
않습니까?”라고 하자, 선사는 “환상幻相을 찾으면 얻을 수 없다.”라
고 하였다. 10)
이 구절 역시 상당히 복잡한 조사선의 사상적 흐름이 내재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즉심즉불’과 여기에서 말하는 ‘즉상즉진’은 표면적인 논
리로 볼 때, 서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심’에 ‘즉’ 하면 ‘불’에 ‘즉’할 수 있다
는 ‘즉심즉불’은 ‘상’에 ‘즉’ 하면 ‘진’에 ‘즉’한다는 말과 완전히 다른 입장이
다. 사실 ‘즉’의 의미는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적합한 말을 찾을 수 없는
까닭에 그냥 ‘즉’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즉’의
함의로부터 확장하면 그대로 ‘돈오’가 도출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
10) [日本]慧印校,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28c), “僧問: 於相何眞? 師曰: 卽相卽眞. 曰:
當何顯示? 師提起托子. 僧問: 幻本何眞? 師曰: 幻本原眞. 僧云: 當幻何顯? 師曰: 卽幻卽顯.
僧云: 恁麽卽始終不離于幻也? 師曰: 覓幻相不可得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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