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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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좀 더 주의 깊게 검토되어야 할 점도 많다.” 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
는 불교가 성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시대적 고민을 요청받고 있었다는 사
실을 말해 준다. 달라이 라마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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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졌다.
수행과 욕망
소속 공동체에서 영원히 쫓겨나는 처벌은 예나 지금이나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최고의 형벌이다. 세속의 사형제도가 대표적
이다. 승단 추방죄에 해당하는 파라지카(pārājika)는 수행자에게 계율을 지
키지 못했다는 의미의 도덕적 ‘패배(defeat)’뿐만 아니라 승단으로부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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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expulsion)’ 이라는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져다 준다. “성적 교섭에 참
여한 수행승은 어쨌든 패배한 자이며, 그는 더 이상 공동체 안에 머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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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그와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은 곧 그와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9)
율장과 경전에서는 출가자의 성적 비행과 관련된 언급들이 자세하게
나온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수행과 깨달음의 길에서 결정적인 ‘방해물’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수행자는 욕망을 잘 다스려서 율장에 기술된 특
정한 행동을 범하지 않도록 몸[身]과 입[口]과 마음[意]을 끊임없이 단속하
5) Damien Keown,(2005), Buddhist Ethics: A Very Short Introduction. Oxford University Press.,
68.
6) 같은 책, 같은 쪽.
7) 빠알리어 ‘pārājika’는 어원상 ‘패배’를 의미하는 ‘parā-√ji’와 ‘추방’을 의미하는 ‘parā-√aj’로 분석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에서는 어떤 의미를 적용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재
성(2020), 1295.
8) Langenberg(2018), 574; Numrich(2009), 65에서 재인용. 바라이죄에 따르는 일정한 후렴구다.
9) 전재성(202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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