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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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거, 사원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
태종은 고려로부터 전해오는 「밀기」와 「답산기」에 기록되어 있는 사원
가운데, 한양과 개경의 선종 1사·교종 1사, 지방 계수관 단위(오늘날의 광역
시 및 도 단위)의 선종 1사·교종 1사, 군현 단위의 선종과 교종 중 1사를 남
기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라고 의정부에 명하였다. 그러자 의정부에서는 한
양과 개경의 사원은 차등 지원하고, 지방 계수관 단위와 군현 단위의 경우
는 선종과 교종 중 1사만을 남기자고 하였다.
그리하여 조계종과 총지종 70사, 천태소자종과 천태법사종 43사, 화엄
종과 도문종 43사, 자은종 36사, 중도종과 신인종 30사, 남산종과 시흥종
10사를 합하여 총242사를 남길 것을 건의하였다. 그러자 태종은 의정부의
안을 윤허하면서도 회암사, 표훈사, 유점사에 대해서 예외를 두고, 아울러
그 외의 사사에 대해서도 잘 헤아려서 시지를 지급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위 인용문의 설명만으로는 남긴 사원과 남기지 않는 사원의 차
이를 알 수 없다. 사원의 무엇을 남기고 또 어떤 사원을 남기지 않고 줄인
다는 말인가. 그리고 남기지 않는 사원은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이와 관
련하여 그로부터 8개월 후인 1407년(태종 7) 12월의 기록이 주목된다.
의정부에서 임금께 보고하기를, 지난해 사원을 혁거革去할 때에 삼
한 이래의 대가람을 도리어 태거汰去한 예가 있고 망폐亡廢한 사원
에 주지를 임명한 경우도 간혹 있었으니, 승도들이 어찌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겠습니까? 산수가 수승한 큰 가람으로 하여금 망폐한
사원을 대신하도록 한다면 승도들이 거처할 곳을 얻게 될 것입니다.
- 『태종실록』 7년, 1407년 1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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