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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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익산 미륵사지. 사진: 문화재청.
위 인용문에서 ‘지난해 사원을 혁거할 때’라는 말은 1406년(태종 6) 3월
27일에 있었던 242사(+α)만을 남긴다고 한 내용을 말한다. 그러므로 당시
큰 사원인데도 242사에 포함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이미 망폐한 사원
인데 포함되어 주지를 임명한 경우도 있었으므로, 일부 사원을 조정해야
한다고 보고한 것이다.
그렇다면 위 인용문에서 ‘사원을 혁거’한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까? 근대 이후 학자들은 대체로 이 말의 의미를 ‘폐사廢寺’로 이해했다. 즉
242사(+α)를 제외한 나머지 사원을 없애 버린 것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하
지만 그보다 후대의 기록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수천 개의 사원이 기
록되어 있으므로 혁거를 폐사의 의미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임이 틀
림없다. 『태종실록』에서 ‘혁거’라고 한 것은 폐사의 의미가 아니라 정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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