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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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봉암사가 있는 희양산.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그래 자기는 “빨치산이다.” 이러면서 우리더러
같이 가자고 그래요. 처음에는 눈이 캄캄하더니 새로 정신을 차려 가지고
“당신 누구냐?”고 그러니까 “나는 빨치산이다. 여기 남조선에서 말하는 빨
갱이다.” 이러더라고요.
그때 내가 순진했지요. 열여덟 살이니까. 그래 “부모 형제 다 버리고 도
를 닦으려고 출가한 사람인데 당신네들 따라가자 한다고 줄줄 따라가지
않을 거다. 날 여기서 죽이라.” 그랬어요. 그 빨갱이가 여기에 총을 겨누
고 해도 내가 “죽어도 따라갈 수 없다.”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말싸움하는
데 또 한 사람이 숲속에서 나오더라고요. 그래 둘이서 나를 끌고 가려고
했어요.
그때 묘찬스님이라는 이가 초등학교 교편 잡다가 남편이 죽고 출가를 했
어요. 청담스님이 순회법문을 할 때 ‘인생과 우주’라는 설법을 듣고 출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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