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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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일 가까운 보름날이었는데, 비가 철철 내렸습니다. 포살일인데 대중
들이 모두 나와 있어요. 그때 법문을 한 다음 할喝을 하고, 몽둥이로 두드
려 패고 이런 게 법거량이죠.
달리 법담이라고도 하는데 그때 붙들리면 두드려 맞았거든요. 잡히기만
하면 몽둥이로 많이 맞았습니다. 그래서 향곡스님과 성철스님이 하는 거
보니까 오늘 누가 잡히기만 하면 두드려 맞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뒤쪽으
로 드나드는 문이 따로 있었는데 거길 놔두고 내가 앞쪽 전면에 문 있는 데
가서 있었어요. 얼른 달아나려고, 안 붙들리고, 안 맞을라고.
달아나기 위해 종이 있는 쪽에 가 있었어요. 동그란 종인데 그 앞에 가서
신발을 들고 서 있었어요. 향곡스님이 기다란 육환장 막대기를 들고는 큰
방 문 앞을 왔다 갔다 거닐고 있었어요. 그때 성철 큰스님은 극락전에서 무
슨 게송을 지단하게 읊고 계셨어요. 그러는데 향곡스님이 “내가 한마디 한
다.” 그러면서 “중생衆生은 시아친是我親이요.”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의미
는 모르고 그 말만 익혔어요. “중생은 나의 친한 이고, 제불諸佛은 시아원是
我遠이라”. 향곡스님의 음성이 참 좋으십니다. 그래서 게송을 지단하게 읊
고 ‘나무아미타불’하고 법문하는 격식이었어요.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그
래서 그걸 듣고 나는 무
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
요. ‘중생은’ 소리는 알
아도 ‘시아친’이라는 말
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냥 외우기만 했지요.
내가 그걸 외우고 있
사진 3. 망중한의 성철스님과 향곡스님. 는데 그 소리가 끝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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