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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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 번개같이 성철스님이 들어오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향곡스님의 멱살
을 쥐고는 그 비가 철철 내리는데 밖으로 끌고 나가더라구요. 마당을 한참
지나가야 대문이 나오거든요. 그 대문을 활짝 열고는 향곡스님을 대문 밖
에다가 밀쳐서 패대기를 치더라고요. 그리고는 문을 딱 잠그고 들어오셨
어요.
내가 생각하기를 “향곡스님이 멱살 잡혀서 끌려나가시는구나. 대체 무
얼 잘못하셨나.” 그래 그 소리가 ‘제불은 시아원’이라는 그 말이 잘못됐는
가 그리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고 성철스님이 들어오시더라고요. 들어오
셔서 나를 보시면서 “너, 이리 와!” 이래요. 그래서 내가 스님을 따라서 극
락전에 올라가니까 “아까 향곡이가 뭐라 하드노?” 이래요. 그래서 내가
“중생은 시아친이요, 제불은 시아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듣고 있던 성
철스님은 “그게 무슨 의미인고?” 하고 물으셨어요. 내가 “중생이나 제불이
라는 말은 알겠는데 뒤에 두 마디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대답을 했어
요. 그러니까 성철스님은 아무 말도 안 하시더라고요.
총구를 들이대고 사상 검증하던 시절
▶ 그 당시 산중에는 빨치산들이 나타나던 시대가 아닙니까?
6·25전쟁이 나기 직전입니다. 백련암에서 내려와 산채를 뜯으러 산에
흩어져서 나물을 뜯고 있었어요. 큰절에서는 우리가 산채 뜯는지 모르지
요. 큰절 가까이서도 뜯고, 산골로 백운대 올라가서 뜯고 그럽니다. 내가
나물 이만큼 담아 가지고 일어서니까 황토칠을 잔뜩 한 사람이 총을 탁 가
지고 와서 내 여기다 딱 대더라고요. 우리에게 총을 딱 들이대고는 “따라
가자!”는 거라요. “우리가 밥해 먹을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따라가서 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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