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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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가는 피난민, 북으로 가는 빨치산


               나는 그 스님을 모르지만 자기는 나를 알아보고, “지금 큰스님네 두 분

             이 큰 걱정을 하고 있는데, 왜 여기에 들어앉았느냐고 남쪽으로 내려가

             라!”고 해요. 그러나 우리 스님이 나를 혼자 남쪽으로 내려보낼 수가 있습
             니까? 그러니까 “안 된다.”고 그러면서 그 비구스님한테 “어디로 가느냐?”
             하니까, 자기는 오대산으로 간다고 해요. 그 비구스님에게 부탁하기를 청

             담스님에게 가서 묘엄이 ‘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달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자기는 “이제 남쪽으로 안 내려가고 죽으나 사나 오대산에 가서 살 거다.”
             그래요. 그 스님의 이름도 성도 모릅니다. 그 비구스님은 떠나고 그러니까
             맘이 있으니까 우리 스님이 안 되겠거든요. 그러면 우리 사형 묘전스님이

             라고 있습니다. “묘전이 하고 둘이 남쪽으로 내려가라.”고 그래요.

               둘이서 8월 추석을 쇠고 떡이 좀 있어서 떡을 싸 가지고 걸망에 짊어지
             고 옷도 좀 짊어지고 윤필암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김룡사 들어가는
             갈림길에 빨치산 부대가 수백 명이

             줄을 지어서 걸어오더라고요. 그런데

             거기 조그만 애도 있고, 나이 많은 50
             대도 있고, 그런 군인들이 총을 짊어
             지고 오는데 열댓 살 먹은 아이도 있

             더라고요.

               가만히 생각하니까 아침 일찍인데
             밥을 못 먹은 것 같아서 내가 우리 사
             형님보고 “이 떡 내서 저 사람들 주               사진 5.  6·25전쟁 당시 북한군이 왜관 낙동강
                                                     까지 밀려왔다는 소식에 대구 방향으로
             자고, 이 빨갱이들 주자.” 이렇게 말                   피란가는 주민들. 사진: 경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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