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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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에게 법문하듯이 하는 부처님오신날 법어가 아니라 종정으로서 온 국
             민이 이해할 수 있는 법어를 내리셔야 하는데 정말 큰일이네.’ 하는 조바심
             으로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종

             정예하로서 부처님오신날 법어는 꼭 쓰셔야 하는 일입니다. 총무원에서 눈

             이 빠지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말씀을 올렸습니다.
               “그래? 종정 고깔 쓴 값은 해야 된단 말이지. 그러면 한번 써 보지!”
               다음 날 아침 종정예하께서 부르신다고 하여 달려갔습니다.

               “이게 4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 법어다.”

               그러시면서 내미시는 종이 한 장을 보니 옛 그대로 한문 투성이였습니
             다. 혼자 걱정해 오던 일이 눈앞에 벌어졌지만 이번에는 꼭 한 말씀 드려
             야겠다고 결심하고 용기를 냈습니다.

               “종정예하 큰스님! 이제 종정예하께서는 옛날처럼 산중의 한 분 큰스님

             이 아니십니다. 해인사 방장 큰스님이 아닌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예하 큰
             어른 스님으로서 불자들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부처님
             을 대신해서 한 말씀 하시는 것입니다. 이제 전 국민들 앞에 나서시는 공

             인이 되셨으니 한문 투의 말씀으로는 다가갈 수가 없습니다. 이걸 누가 알

             아듣겠습니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한글로 법어를 내려주셔야만
             합니다.”
               평소처럼 ‘곰새끼’라고 벼락을 치시리라 생각하고 또 어떻게 말씀을 드

             려야 할까 하고 초긴장 속에 덜덜 떨고 있는데, 종정예하께서는 한참 말씀

             이 없으시고 침묵만 흘러갔습니다. 쏘아보는 화등잔 같은 눈길이 따갑다
             싶은 순간을 이기려고 간신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라면 내가 다시 한번 써 보지!”

               종정예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소납은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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