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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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꽂아 두었던 구멍이 보여서
이곳이 산성임을 알게 합니다.
미덕암은 천생산 남서쪽으로
돌출된 커다란 자연석 바위입
니다. 바위가 층층이 쌓였는데
사진 3. 천생산 정상의 절벽. 삼면은 그대로 천 길 낭떠러지
입니다.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
도 아찔합니다.
내가 보기에 미덕암은 노르웨이에 있는 트롤퉁가의 마이너 버전에 가깝
습니다. 트롤퉁가는 해발 1,100m 정상에서 링게달 호수를 향해 내뻗은 바
위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 바위 끝에 서서 사진을 찍기 위해 트롤퉁가로
갑니다. 떨어지면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이겨내야 절벽 끝에 설 수 있습
니다.
미덕암은 트롤퉁가처럼 위험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곳입니
다. 용감한 회원 4명이 미덕암 끄트머리까지 갔습니다. 뒤편으로 구미 공
단과 구미 시가지, 그 너머로 금오산이 보입니다. 아이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미덕암 같
은 절벽을 보면 저절로 백척간두百尺竿頭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백척간두란 아주 높고 기다란 장대의 끝이라는 의미입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끝을 말하기도 합니다. 불가에서도 ‘백척간두’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불가에서는 ‘높은 곳高峰’이나 ‘백척간두’를 수행의 최고봉 즉
깨달음을 상징하는 말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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