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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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



               선종禪宗에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
             步라는 공안(화두)이 있습니다. 이미 백척

             간두(최고봉, 깨달음)에 올랐는데 왜 한 걸
             음 더 나아가라는 것일까요?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데 어떻
                                                    사진 4. 삼면이 절벽으로 이루어진 미덕암.
             게 한 발을 내디딜 수 있겠습니까?

               이 물음에 대한 가르침이 『조당집』(952), 『경덕전등록』(1004), 그리고 대표
             적인 공안집인 『무문관』(1228)에 실려 있습니다. 기본으로 인용되는 『경덕
             전등록』보다 더 오래된 선종사서가 『조당집』입니다. 어쩐 일인지 『조당집』

             은 문헌 자체가 역사에서 사라졌다가 1912년에야 일본인 학자들이 해인사

             에서 『고려대장경』(1245)을 조사하다가 보유판에서 발견한 매우 귀중한 문
             헌입니다. 『조당집』의 기록이 『경덕전등록』보다 더 원형에 가깝습니다.



                  백 척의 장대 끝에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비록 도에 들어간 듯하여도 아직 진실로 들어간 것은 아니다
                  백 척의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비로소 온 세계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게 되리라              1)




               『조당집』에 나오는 잠岑(?~868)은 『경덕전등록』에 나오는 장사경잠長沙景
             岑입니다. 공안에 대한 해석과 재해석은 천년이 넘도록 이어져 역사적인


             1)  『祖堂集』, 卷第十七, 岑(長沙景岑) : 師當時有偈曰 百尺竿頭不動人 雖然得入未爲眞 百尺竿頭須進步 十方
               世界是全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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